– 요리매연, 공장공해 등 공기정화 시스템에 이어 가정용 공기청정기, 축산 악취 등 실내공기질 시장으로 판로 확대
– DPF 세라믹 필터, 열촉매 반응 통해 필터 포집 오염물질 산화…필터 자체 재생, 수명 반영구적
– 환경기술 최초 ‘CES 2024’에서 인간 안보(human security) 부문 혁신상 수상
– 글로벌 HVAC 그룹 할튼(Halton)과 기술제휴 추진 등 해외시장 개척…미국, 유럽, 중국 등에 국제 특허 등록

올해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인간 안보(human security) 부문 혁신상을 받은 한국의 공기청정 솔루션 전문기업 (주)칸필터(대표 한대곤)가 화제다.
‘인간안보(Human Security for All)’는 1994년 UN에서 주창한 개념으로 환경·건강·식량 등 7개 영역에서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난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미래 혁신 기술 박람회로 불리는 CES는 2023년 행사부터 인간안보를 핵심 테마 중 하나로 선정해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혁신 기술을 선정하고 있다.
로봇 등 응용기술이 아닌 순수 환경기술로 이 분야에서 상을 수상한 것은 칸필터가 처음이다.
칸필터는 차량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디젤매연저감장치(DPF)를 세계 최초로 차량 외에 적용한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이 기술력을 실내환기 솔루션으로 상용화한 칸퓨어(Khanpure)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칸퓨어는 기존 공기정화 기술로 해결에 어려움을 겪던 미세먼지, 악취 등 여러 난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에너지 사용과 탄소배출을 80~90% 줄일 수 있는 신개념 환기 솔루션이다.

한대곤 대표는 “전통적 대기오염 저감기술은 공해라는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필터 폐기물이나 저감 과정 혹은 유지보수 과정에서 폐수를 발생시키는 등 2차 환경오염을 수반한다. 또 다수의 저감기술은 많은 양의 전기를 사용하므로 에너지 생산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과 RTO(축열식 소각설비)의 경우 가스를 태우므로 그 자체가 온실가스 배출 시설로 기후위기를 가속화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며 “칸퓨어는 효율적 기술을 통해 사용되는 에너지를 크게 낮추고 필터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등 산업 영역에서 기존 대기오염 저감기술이 가지고 있던 딜레마를 극복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CES 2024에서 ‘인간안보(Human Security for All)’ 상을 수상한 것 같아 책임감이 무겁다”고 말했다.
칸퓨어는 본래 요리매연 해결을 위해 탄생한 기술이지만, 지난해부터 이를 공장 공해문제 해결에 적용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칸필터는 실내공기질 시장으로 판로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가정용 공기청정기 및 축산업 시장 대응 제품군을 라인업할 계획이다.

칸필터 대외경쟁력은 R&D 투자와 지적재산권
한대곤 대표는 LG화학 출신이다. LG화학 재직 시절 DPF 핵심 소재인 세라믹 필터 국산화를 총괄했다. 당시 전량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세라믹 필터를 1/10 가격에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LG화학 권유로 직접 회사를 설립해 세라믹 필터를 생산하는 사업을 진행했으며, 성공적으로 엑시트했다.
사업을 정리한 후 미국에서 지내던 한 대표는 우연히 흥미로운 소식을 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요리매연 배출 규제법을 제정했지만 효과적인 기술이 마땅치 않아 법 시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 대표는 요리매연이 DPF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음을 직감했다. 기존 기술이 요리매연 앞에서 맥을 못 추리던 이유는 그 안에 다량 포함된 유증기 때문이었는데, DPF가 처리하고 있는 디젤 매연 역시 비슷한 특성을 보였다.
가능성을 확인한 한 대표는 칸필터를 설립 후 6년 이상을 기술 R&D에 매진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기술이 대한민국의 환경기술이 될 수 있도록 특허를 쌓는 데 집중했다 R&D와 국제특허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자본금의 대부분을 국제특허를 견고히 하는 데 사용해야 했다.
한대곤 대표는 “칸필터의 대외 경쟁력도 지속성을 갖는 R&D 투자와 활동에서 나온다”며 고객의 문제해결 능력’과 ‘지적재산권 확보’ 두 가지를 강조했다.

우선 기존 기술이 해결하기 어려웠던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이다. 칸필터가 해결하는 대기오염 문제는 기존에 기술이 없었거나, 기술이 있더라도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성격의 것이었다. 칸퓨어는 혁신 기술을 통해 비용친화적이고 2차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그 다음은 이러한 기술에 대한 확고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칸필터의 핵심 기술을 대한민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 국제 특허로 등록돼 있다.
한대곤 대표는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기술을 대한민국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칸필터의 대표 브랜드 칸퓨어(Khanpure)…핵심은 DPF기술 활용
칸퓨어는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기술적으로 해결이 난망했던 대기오염 문제, 또 기술은 있어도 많은 비용과 2차 환경오염을 피할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한 칸필터의 대표 브랜드다. 핵심은 DPF 기술의 활용이다. DPF는 세라믹 필터를 사용해 유·수증기 환경에서도 높은 입자상·가스상 오염물질을 저감할 수 있다. 그러나 DPF의 핵심은 필터 그 자체가 아니라, 필터를 자체 재생한다는 데 있다. 열촉매 반응을 통해 필터에 포집된 오염물질을 산화해 안전한 물질로 바꿔 배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차량용 DPF의 경우 차량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교체 없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칸퓨어는 이러한 장점을 이용해 현재 크게 두 가지 문제에 공기솔루션을 제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중 하나는 요리매연 문제이다. 요리매연은 다량의 미세먼지와 유해가스를 내포하고 있어 비교적 최근부터 발암물질로서의 위험성이 알려지고 있다.
현재 요리매연 실외배출 시 저감장치로 주로 사용되는 것은 전기집진기이다. 그러나 전기집진기는 요리매연 내 유증기로 인해 기름때가 집진판을 덮으며 수 시간 만에 저감성능이 20% 아래로 급감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매일 수세척이 필요하며 여기에 따르는 유지비와 폐수 문제로 인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칸퓨어는 DPF처럼 필터를 재생하는 ‘셀프클리닝’ 기술을 적용해 비용을 최소화 하면서도 지속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전기집진기의 1/6의 전기 에너지만 사용하면서도 높은 효과를 낸다.
서울시 강북구의 M갈비집은 요리매연으로 인한 민원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아파트 한 가운데 위치한 이 갈비집에 대한 주민들의 성토는 민원에서 그치지 않고 현수막이 걸리고 시위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갈비집 사장 역시 해결을 위해 모든 방법을 다 써봤다. 여러 대의 전기집진기를 설치하고, 하루 장사 후에는 자정이 넘도록 집진판의 기름때를 닦아냈다. 그러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주민들의 분노는 더해져만 갔다.

한대곤 대표는 “이곳은 칸퓨어가 처음으로 본격 설치된 업장으로 칸퓨어가 설치된 이후 민원 건수는 제로(0)가 됐다”며 “폐업의 기로에 서 있던 갈비집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업 중“이라고 말했다.
본래 칸퓨어는 요리매연 해결을 위해 탄생한 기술이지만, 지난해부터 이를 공장 공해 문제 해결에 적용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스마트 생태공장 사업에 참여해, 유증기와 악취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금속가공·도색·화학 공장 등에 적용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동일 성능 기준, 기존 설비보다 유지비를 80%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결과치를 받았다. 이 때문에 수시로 필터를 교체해야 하고, 높은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공장들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칸퓨어, 가정용 공기청정기 및 축산 악취제거장치 등으로 라인업 확대
칸필터는 향후 칸퓨어 핵심 기술력을 담은 가정용 공기청정기를 통해 소비자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또한 극심한 악취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축산업, 코로나 펜데믹 이후 더욱 병원체에 민감해진 실내공기질 시장으로 판로를 넓히겠다는 방향이다.
현재 가정용 공기청정기는 헤파 필터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헤파 필터는 요리매연 내 유증기와 수증기에 노출될 시 수명을 다하게 된다. 조리흄에 노출된 후 공기청정기는 무용지물인 필터를 돌리고 있는 샘이다.
칸퓨어는 세라믹 필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수증기 하에서도 지속적으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셀프클리닝도 적용돼 있어 필터 교체 없이도 장기간 높은 공기청정 성능을 낼 수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또 하나의 장점도 있다. 바로 셀프클리닝 과정에서 필터를 멸균온도까지 가열하기 때문에 병원균을 100% 멸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칸필터는 국토교통부에서 진행하는 주거생활환경 문제해결(리빙랩) 과제에 선정돼 가정용 공기청정기 시제품을 개발 완료했고, 현재 실증 테스트 과정에 있다. 이르면 올해 내로 가정용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 칸퓨어의 셀프클리닝 과정에서 병원균을 100% 멸균할 수 있다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와의 공동연구 성과를 토대로 병원 등 민감시설뿐 아니라 호텔, 쇼핑몰 등 환기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 글로벌 HVAC 그룹 할튼(Halton)에서 기술제휴 요청
칸필터는 학교·공공시설 급식실 요리매연 문제, 기업 단체급식 요리매연 문제, 유증기·악취 발생 공장, 스마트 생태공장, 축산악취 문제, 가정용 공기청정기 등의 시장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한대곤 대표는 ”미국은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세계 최초로 요리매연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칸퓨어는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솔루션인 만큼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칸퓨어 제품은 이미 2021년 요리매연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뉴욕시 환경청 성능시험을 통과해 공식 저감 장치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요리매연 분야에서 성능을 인정받고, 이후 공장·축사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발을 넓힐 계획이다.
한대곤 대표는 ”이미 세계 35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HVAC 그룹인 할튼(Halton)에서 칸필터의 기술력을 알아보고 기술제휴를 요청해왔다“며 ”할튼이 극한의 요리매연 환경에서 자체 시행한 칸퓨어 성능 테스트에서 높은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파트너십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네옴 시티와 같은 기가 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칸필터의 주요 목표 시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사막 기후이고, 육류 구이 소비량이 많아 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길이 170km의 도시 더 라인(The Line), 미래형 복합 산업 단지인 옥사곤(Oxagon) 등을 사우디아라바이는 스마트 생태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칸필터는 이 프로젝트에 제품을 공급해 네옴 시티의 깨끗한 공기질을 책임지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한대곤 대표는 “인류는 그동안 공장 스모그, 디젤 매연, 담배연기 등 도시의 많은 공해 문제를 해결해왔다. 요리매연에서 출발한 칸필터의 기술력을 범용 환경 기술로 발전시켜 대한민국의 기술력으로 전세계 대기오염 솔루션을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3 프로젝트’라 불리는 비전을 소개하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의 평균 수명을 3년 연장하고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3% 저감할 수 있도록 R&D투자와 기술혁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